천축(天竺)과 천독(天毒)이 동일하다면 왜 조선(朝鮮)과 나란히 있지?
오래된 일이지만, 제목으로 “《산해경》에 적힌 ‘조선’은 중국대륙의 중심에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바가 있다.
거기에 나온 내용은 <海內經>의 “東海之內, 北海之隅, 有國名曰 朝鮮天毒, 其人水居, 偎人愛之.”의 번역을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에 조선이라는 하늘이 사랑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물가에까지 살며, 남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天毒”을 “하늘이 사랑하는 나라가 있는데”라고 하더라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또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것은 원문의 문장과 나라의 이름[有國名]과에서 그 흐름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동해(東海) 안과, 북해(北海)의 모퉁이와가 조선(朝鮮)과 천독(天毒)과의 어떤 간계가 있으며, 지리적으로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동해니, 북해니 하는 것은 동/남/서/북이라는 방위의 중심에서 볼 때에 어디가 중심이 되는 것인지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쪽/북쪽이라는 것은 사실상 매우 부정확/불명확한 지리적 위치를 가리킨다는 말이다.
일단 동쪽의 안이라면 그 서쪽에 중심지가 있을 것이며, 그 중심지가 통상적 관내도(關內道: 섬서성 장안 중심)이든, 천산산맥, 파미르고원이 있는 곳이든, 동해는 한반도와 일본렬도가 있는 지역에서 서쪽이 되는 바다, 즉 동경 123도에 있는 황해의 서쪽인 산동반도/강소성/안휘성/절강성 등지가 “동해의 안[東海之內]”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조선”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북해의 모퉁이[北海之隅]”라는 말은 어디에 걸리는 말인가? 이것은 분명 “천독(天毒)”과 관련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天毒”을 “하늘이 사랑하는 나라가 있는데”라는 말로 번역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된다. 이는 “조선”과 마찬가지의 지리적 위치를 가지는 국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산해경》속의 지리의 중심지는 두 가지로 나온다. 하나는 구조적으로는 오장산경(五臟山經)을 보면, 하남성 낙양과 섬서성 장안이 중심이 되지만, 내용적으로는 천산산맥[곤륜산] - 파미르고원이 중심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란 지리적 위치는 별로 변함이 없을 수 있지만, 일단 “북해의 모퉁이”에 있는 것이 “천독”이라는 나라라고 본다면, 그 “천독”이 어떤 성격의 나라이며, 지리적으로 어디에 있는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중국력사지도집》제2책, (p.37-38, p.65-66)의 지도에 보면, 대월씨(大月氏)의 남쪽 인더스강 상류, 지금의 파키스탄 지역에 “天毒(身毒)”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인도의 서북부 이슬라마바드[Islamabad: 伊斯蘭堡(이사람보): 북위 34도, 동경 73도]가 되는 곳이다. 즉 “천독(天毒)=신독(身毒)”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身毒”(신독)은 무엇인가?

(1) <宋史>(卷490 列傳249 外國6) 天竺國舊名身毒, 亦摩加陀, 復曰波羅門.
(2) <後漢書>(卷89 列傳78) 天竺國一名身毒, 在月氏之東南數千里.

이 두 사료 <송사>와 <후한서>에서 보면, 옛날에 “신독”이 “천축국”으로 고쳐졌으며, 그것이 월씨국(月氏國)의 동남쪽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국명을 가진 나라가 동해의 안과 관계가 있으며, 그것이 북해의 모퉁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어디로 보겠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3) <史記>(卷123 大宛63) 身毒在大夏東南數千里. 大夏在大宛西南千三百里.
(4) <漢書>(卷96上 西域傳 65上) 捐毒國, 王治衍敦谷, 去長安九千八百六十里. 東至都護治所二千八百六十一里至疏勒, 南與蔥嶺屬無人民. 西上蔥嶺則休循也. 西北至大宛千三百里, 北與烏孫接.

신독국은 대하의 동남쪽에 있고, 섬서성 장안에서 서쪽으로 9860리 되는 곳이다. 이곳은 역시 인도의 서북쪽 인더스(Indus)강 유역이다.
그렇다면《산해경》원문의 “北海”라는 말은 “南海”라는 말로 바뀌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北海”는 인도의 “오천축(五天竺)”의 중심이 되는 “중천축국(中天竺國)”의 북쪽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산해경》의 구도와는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렇게 해석된 내용에서 “身毒”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와 관련된 강명을 보면, 대개 영어권에서는 “인더스(Indus)”라고 한다. 그런데 페르시안(Persian)말로는 “힌두스(Hindus)”라고 하며, 산스크리트(Sanskrit)어[범어(梵語)]로는 “신두(Sindhu)” 또는 “신두스(Sindus)”라고 한다.[유원수 역주,《몽골비사 元朝秘史》(사계절, 2004), p. 273/p. 484] 요즈음의 이란에서는 “헨드”라고, 터키에서는 “힌디”라고 말하며, 중요한 것은 “印度”의 印“을 조선의《동국정운》에서 “여린 ㅎ”이라는 문자가 들어간 “”이다. 즉 알파벳트로 첫 자가 “H”가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선의 발음이 페르시아안, 즉 중앙아시아에서 발음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동일언어권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자 발음으로는 물론 “신독”을 현대에 와서는 “인도(印度)”라고 바뀌었다.

(5) <표준 종합역사지도>(조좌호, 수학사, 단기4294, p. 13) 신드 Sind.
(6) <고등학교 역사부도>(오인석, 이존희, 최찬일; 두산동아, 1997, p. 80) ‘1877년의 인도’에 인더스강 하류가 ‘신드’지역임.

역시 “인더스” 강을 지방말에 따라 “힌두스(Hindus)”니 “身毒(신독)”, “신두스(Sindus)>신드(Sind)”이며, 인더스 유역의 평원의 인도 서북부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India<Indos<Indus<Hindus<Hind라는 말이 한자로 印度<天毒<身毒으로 표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정리하자면,《산해경》시절(B.C.12세기 - A.D.4세기)의 지리적 내용적 중심지는 결국 고대에서는 곤륜산[천산산맥, 파미르 고원. 총령]이 있는 지역이며, 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남쪽의 모퉁이에 신독[身毒=천축(天竺)=Sind=Hind, Sindus=Hindus=Indus=印度]이라는 나라가 있으므로, “남해의 모퉁이[南海之隅]”라는 말로 바꾸지 않을 수 없으며, 이렇게 되면, 그 “東海”가 “동쪽이 되는 바다”가 아니라 “동쪽으로 바다”가 되며, “北海”는 “南海”로 바꾸어 “남쪽으로 바다”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인도서북부 인더스 강 유역에 있는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틀에 있으며, 그 중심지가 곤륜산이므로 그 동쪽에 있는 지역이 “동해의 안[東海之內]”이 되며, 바로 그곳이 조선인 것이다. 결국 천축(天竺)과 나란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조선”이기 때문에《산해경》의 <해내경>에서 그렇게 쓴 것이며, 곤륜산의 서쪽에 있는 西아시아 역시 “조선”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산해경》의 <해외서경 21>에 “肅愼之國 再白民北.[숙신국은 백민국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숙신(肅愼)이 있으니, 이는 결국 조선(朝鮮)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지역에 발해(渤海) 있었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이를 보면 조선이란 아시아 전체를 말하는 것이니, 참으로 어마어마한 조선이었음을 새삼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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