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새벽
신뢰하기는 어려운 (때로는 황당무계한) 책이지만 『산해경(山海經)』에 "백민(白民)의 나라는 용어(龍魚)의 북쪽에 있는데, 사람들의 몸이 희고, 머리카락이 몸을 덮는다"1)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백민이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박(亳)이라는 말과는 음이 거의 같고 밝(發)이라는 말과는 뜻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백(白)의 고대음이 [박(bak)]이고, 박(亳)의 고대음도 [박(bak)]이라는 점도 2)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發)은 [팥(piwat)] 또는 [퐡(pwat)] 으로 거의 유사한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백민을 『춘추좌전』에 나오는 박(亳)이나 관자에 나오는 발(發)과도 같은 민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해경』은 이 백민(白民)의 나라가 바로 숙신(肅愼)의 남쪽에 있다는 것입니다. 3) 즉 숙신과 남북으로 연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대의 숙신은 현재의 허난성(河南省) 부근으로 추정되므로 허난성 남부 지역 즉 산동반도 지역을 백민의 나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사기』의 원자료였던 『국어(國語)』에 "공자가 진나라[현재의 허난성(河南省) 카이펑(開封) 부근] 머물러 있을 때 싸리나무 화살이 꽂힌 매 한 마리가 떨어져 죽자, 공자가 '이 화살은 숙신의 것'이라고 했다"4) 라고 기록된 말로 보면, 숙신은 현재의 산시(山西)지방이나 허베이(河北)로 추정이 되는데 백민은 그 남부이므로 현재의 산둥이나 양쯔강 유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숙신이 현재의 랴오허(遼河) 강으로 이동했을 경우라면 이 백민의 나라는 현재의 베이징 인근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기』에서는 동방의 이족(夷族)과 함께 북방에는 식신(息愼)을 들고 있는데 5) 후한(後漢)의 정현(鄭玄)은 이에 대하여 "식신(息愼)은 숙신(肅愼)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동북방에 거주하는 오랑캐이다."라고 주석을 달았고, 『일주서(逸周書)』에서는 "직신(稷愼)은 숙신(肅愼)이다." 6) 즉 '숙신 = 직신 = 식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남쪽에 연하여 있는 나라가 백민이라는 것입니다. 또 『사기』에는 "북으로 산융, 발, 식신이 있고 동으로는 장이, 조이가 있다"7) 라고 하고 있어 대체로 발(發)은 산동반도 또는 산동반도 북부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