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새벽

2008.09.22 11:42:00

신뢰하기는 어려운 (때로는 황당무계한) 책이지만 『산해경(山海經)』에 "백민(白民)의 나라는 용어(龍魚)의 북쪽에 있는데, 사람들의 몸이 희고, 머리카락이 몸을 덮는다"1)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백민이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박(亳)이라는 말과는 음이 거의 같고 밝(發)이라는 말과는 뜻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백(白)의 고대음이 [박(bak)]이고, 박(亳)의 고대음도 [박(bak)]이라는 점도 2)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發)은 [팥(piwat)] 또는 [퐡(pwat)] 으로 거의 유사한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백민을춘추좌전』에 나오는 박(亳)이나 관자에 나오는 발(發)과도 같은 민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해경』은 이 백민(白民)의 나라가 바로 숙신(肅愼)의 남쪽에 있다는 것입니다. 3) 즉 숙신과 남북으로 연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대의 숙신은 현재의 허난성(河南省) 부근으로 추정되므로 허난성 남부 지역 즉 산동반도 지역을 백민의 나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사기』의 원자료였던 『국어(國語)』에 "공자가 진나라[현재의 허난성(河南省) 카이펑(開封) 부근] 머물러 있을 때 싸리나무 화살이 꽂힌 매 한 마리가 떨어져 죽자, 공자가 '이 화살은 숙신의 것'이라고 했다"4) 라고 기록된 말로 보면, 숙신은 현재의 산시(山西)지방이나 허베이(河北)로 추정이 되는데 백민은 그 남부이므로 현재의 산둥이나 양쯔강 유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숙신이 현재의 랴오허(遼河) 강으로 이동했을 경우라면 이 백민의 나라는 현재의 베이징 인근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 [그림 ②] 중국 하남성(河南省) 카이펑(開封) 부근

그런데 『사기』에서는 동방의 이족(夷族)과 함께 북방에는 식신(息愼)을 들고 있는데 5) 후한(後漢)의 정현(鄭玄)은 이에 대하여 "식신(息愼)은 숙신(肅愼)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동북방에 거주하는 오랑캐이다."라고 주석을 달았고, 『일주서(逸周書)』에서는 "직신(稷愼)은 숙신(肅愼)이다." 6) 즉 '숙신 = 직신 = 식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남쪽에 연하여 있는 나라가 백민이라는 것입니다. 또 『사기』에는 "북으로 산융, 발, 식신이 있고 동으로는 장이, 조이가 있다"7) 라고 하고 있어 대체로 발(發)은 산동반도 또는 산동반도 북부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하나의 나라인 發朝鮮을 發, 朝鮮으로 보는 것은 지나인들이 찍어 놓은 방점에만 의지하여 사서를 해석하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이렇게 두개의 나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나인들이 근대에 만들어 놓은 사서의 표점교본에서 發朝鮮을 發, 朝鮮으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발조선이 나온 사서의 기록을 하나씩 봅시다.

1. 관자 권 23
    - 發朝鮮之文皮一筴也 (발조선의 문피도 그중에 하나 낀다. 즉 발조선의 문피도 좋다라는 말입니다) 
    - 八千里之發朝鮮 (발조선까지 8백리)
    - 發朝鮮不朝 (발조선이 조공하지 않다)

관자에서 발조선을 발과 조선의 문피다라고 해석하면 아주 우습습니다. 안그렇습니까? 저렇게 동시에 조공도 안構?8백리로 위치도 같고 문피도 똑같이 나는 곳이 두 나라다라는 것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2. 사기 권1
   -  南撫交阯北發西戎析枝渠廋氐羌北山戎發息慎 (남으로 교지交阯, 북발北發,  서쪽으로 융戎, 석지析枝, 거수渠廋, 저강氐羌 북쪽으로 상융山戎, 발식신發息慎을 위무하였다. )

사기에서는 발식신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발조선의 전음(轉音)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항상 사서에서는 지나의 북쪽에 있는 나라를 설명할때 發이라는 글자는 朝鮮(혹은 息慎, 혹은 肅愼)이라는 글자가 따라다닙니다. 즉, 북쪽에 발국(發國)이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사, 발국(發國)이라는 나라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남쪽에 분명히 북발(北發)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데 북발(北發)의 북쪽에 발국(發國)이 있는 꼴이 되므로, 이것은 남북의 개념을 모르는 자들이나 그렇게 볼 것입니다.


3. 대대례 권7
南撫........北山戎發息慎(案史記索隱云山戎下少一北字北發是北方國名)
북으로 산융 발식신을 위무하였다(생각컨대, 사기색은에 말하기를 산융山戎 밑에 작은 글자 북北자가 보이므로, 북발北發은 북방의 국명이다)

아 주 우습죠. 뭔가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저기 사기 권 1에 보면 南撫交阯北發 남쪽으로 교지(交阯)와 북발(北發)을 위무하였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북발(北發)은 남쪽에 있는 나라인데 여기 북쪽에 있는 나라라고 사기색은에서 말하고 있는데 사기색은의 주석은 틀린것입니다. 사기색은은 그저 북발(北發)이라는 나라가 있으니 발식신(發息慎)의 발(發)도 북발(北發)일 것이다라는 틀린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북발(北發)은 남쪽에 있는 나라이고, 북쪽으로 산융(山戎)과 발식신(發息慎)이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발국(發國)이 존재한다면 지나의 남쪽 나라인 북발(北發)보다 더 남쪽에 있어야 논리적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앞서 "기자는 풍백의 자손이라는 글"에서 發, 番의 지나인의 발음이 fan 혹은 fa이고 이는 우리나라 영토 서쪽에 있었던 풍백이 다스리던 藍國의 뜻인 "파란"을 지나인들이 음차한 것이라는 것을 그 지역과 다스리던 통치자, 그리고 람국의 뜻과 지나인의 발음을 근거로 발조선은 바로 람국이고 번한도 람국이다라는 것을 논증하였는데,지나인이 그저 점교본에  發, 朝鮮이라 하였다하여 그것이 두개의 나라라고 하는 것은 역사를 공부할줄 모르는 자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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