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탕족(Tsaatan)이라는 몽골내 소수민족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순록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구수 200명 가량이라 겨우 명맥을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몽골 북서부 홉스골이라고하는 큰 호수부근의 원시 타이가숲 지역이다. 그리고 그들이 키우는 사슴을 타이가순록이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숫자가 몇 백마리(200~700)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이들 순록은 유일하게 차탕족으로 부터 가축으로 길들여진 종이며 그들과 함께 살면서 사람소변으로 부터 소금을 섭취하고 늑대의 습격을 피한다. 차탕족은 순록에게서 젖과 고기를 얻고 이동수단으로 이용한다.
200명 밖에 안되는 극소수의 이 종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몽골 샤머니즘의 성지라는 홉스골지역에 살면서 순록을 타고다니며 인디언 천막과 흡사한 곳에서 사는 모습의 오래된 영화를 TV를 통해 보면서 부터이다. 갸냘픈 듯한 순록을 타고다닌 것 부터 호기심이 발동하였었다. 그리고 이웃블로거 캉스독스님의 몽골사슴에 관한 질문과 요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진 : 타이가 순록)
몇년 전 홉스골 호수를 방문하였을 때 관광객을 상대로 수공예품을 파는 그들을 본적이 있다. 보통은 순록의 먹이 허부츠(이끼종류)를 따라 2주~10주단위로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깊은 숲속이 그들의 터전이다. 아마도 여름철에는 순록의 먹이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기도 하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내려와 쉽게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모기를 극히 싫어하며 추운곳에 사는 순록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바이러스질환에 감염되는등의 부작용으로 죽거나 도망하는 일도 일어난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런 세속의 접촉을 거부하고 숲속 깊은 곳에서 고유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긴 하다.
당시 공예품을 파는 좌판을 펼쳐두고는 아이에게 글쓰기 책으로 열심히 공부시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그 어머니는 아이를 자기처럼 숲속생활을 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도시화와 문명화는 이렇게 그들을 바꾸고 있었다. 지금의 차탕족 부모들이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보내고 그 자식들이 다른 종족과 결혼할 20~30년 후의 근미래에는 기록에서나 차탕족과 타이가순록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최근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많아 지고 몽골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자식들이 하나 둘 울란바토르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사는 홉스골지역은 몽골에서 2번째로 큰 호수가 있는 지방이며 그 호수의 이름이기도 하다. 제주도 1.5배 크기로서 동서폭 약30km 남북길이 136km가량이고 바이칼호수와 직선거리 2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실지로 홉스골 물이 바이칼로 흘러가는 상류 수원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물길은 1000km가량 떨어져 있다. 수면의 높이는 해발 1645m 최대 수심 262m이다. 한 여름에도 물의 수온이 얼음처럼 차가워 물고기가 거의 살지 못한다. 잡티하나 보이지 않는 호수의 물은 깊은 바닥으로 인해 어둡게 보이고 경사가 가팔라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고산 산악지대로서 한여름에도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고 겨울철 영하 40도로 내려가는 극한의 툰트라기후이고 원시의 타이가 침엽수림이 빽빽히 들어찬 곳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그중 최고봉은 3,492m 높이의 러시아 국경방향 뭉크사리닥이라는 산이다.
(사진 : 홉스골Hovsgol 호수)
차탕족은 당나라(A.D. 618-907) 문헌에 언급된 기록이 있고 두카족(Dukha) 으로도 불리며 투르크족의 직계후손으로 알려져있다. 그들은 오르츠라고 하는 삼각뿔 형태의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데 인디언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를 근거로 이들이 2만년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인디언의 조상이라고 추측 하는 경우도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유래에 관하여는 여러학설이 있고 원추형 천막을 사용하는 부족은 그 중 일부라서 관련을 단정할 만한 연구는 없다. 그냥 심증만 간다고 해야 하겠다.
참고로 한민족과도 관련이 있다는 투르크족은 기원전 3세기부터 남시베리아, 카자흐 및 바이칼일대에 살았던 유목민인데 흉노의 별종으로서 현재 터키, 카자흐스탄, 우즈벡, 위구르등 튀르크어파를 모어로 하는 여러 국가로 분리되어 있다. 이들 모두 투르크족 국가로 분류된다. 동양권에서는 돌궐족으로도 불렸는데 6세기말 동으로 고구려와 국경을 접하고 서쪽으로 흑해연안까지 아우르는 영토기준 역대 10위의 대제국을 이룬적도 있었을 정도로 세력이 광대하였다.
하여간 이 지역에서 오랜 새월동안 차탕족은 순록을 가축으로 기르며 숲속에서 수렵으로 생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인구와 순록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부족수는 200여명 50여가구이며 그들과 생활을 같이하는 순록은 가구당 7~70마리 정도라고 하며 타이가숲을 통털어 200여마리(몽골전체 700여 마리) 밖에 안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렇게 부족한 개체수는 근친교배로 이어지고 그 결과 결함이 있는 새끼의 출산이 많다. 이는 역시 적은숫자로 부족내 혼인만을 해온 차탕족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순록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결정적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차탕족들이 가축인 순록을 식량으로 쓰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이 죽이기 때문이다. 이는 몽골전역의 광산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수렵해 먹을 야생동물이 감소한 결과이다. 극한의 상황이 아니면 늙거나 병든 순록만을 잡아서 고기로 사용하였지만 지속적으로 악화된 상황으로 막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포식자인 주변의 늑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에 순록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순록으로서는 천적이 둘씩이나 생겨버린 꼴이다. 또 한가지 요인을 더 들자면 외부인과의 접촉이 늘면서 중국인들이 순록의 뿔, 꼬리 및 성기를 찾고있다. 뿔을 짜르게 되면 생식기능의 저하가 일어나 번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의심하고있고 최근에는 그들도 녹용채취에는 조심을 한다고 한다.
(사진 : 무스moose를 사냥하는 차탕족 /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4/11/photogalleries/reindeer_people/photo5.html)
위 사진은 무스(moose, 말코손바닥사슴)또는 엘크라고도 불리우는 현존하는 최대의 사슴으로써 몸집이 황소만 하다. 몸길이 2.5~3m, 어깨높이 1.4~1.9m, 몸무게 360~640kg 가량이다. 사진의 무스는 이보다 훨씬 더 큰놈이다. 정확한 이름을 갖지못하고 무스나 엘크로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몽골사람들의 소문으로는 코끼리 보다 큰 놈도 있다는데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이런 희귀 종류는 차탕족의 순록과 마찬가지로 개체수가 백이 안될 정도로 극히 적다. 사슴은 통상 큰뿔과 맛있는 고기로 인해 사냥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포식자 늑대의 먹잇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차탕족과 순록에 대한 전문 사진을 찍어온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진을 좀 퍼왔다.
* 사진출처 : http://www.hamidsardar.com/portfolios/dark-heavens/platinums/ , Hamir Sardar作
맨 끝의 사진은 차탕족 무당이 굿하는 모습이다. 이 무당은 순록을 70마리 가지고 있으니 부자인 듯 한데, 최근 사냥거리가 별로 없어서 할 수 없이 순록을 도축하고 있다고 한다.
부연해서 설명할 것이 한가지 더 있는데 홉스골지역은 몽골샤머니즘의 성지이다. 필자가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신내림을 받으러 홉스골에 한달간 휴가를 내고 갔다온적이 있었고 곧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무당이 되었다. 우리나라 무당과 시스템(?)이 매우 흡사하였다. 몽골은 전세계 샤머니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기록상으로만 따지면 원조라 하겠으나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세계 도처의 샤머니즘 흔적이 있으니 증명할 수는 없겠다.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차탕족과 타이가순록이 앞으로도 계속 생존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가 그 생활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몽골정부나 세계자연보호단체 같은 곳에서 인류자연유산을 보호하는 개념에서 그들이 굳이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참 하나 빼먹은 것이 있어서 다시 왔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무스(말코손바닥사슴)를 유럽 일부국가에서는 엘크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와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슴을 엘크로 부르지 않고 와피티 사슴을 엘크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양록 농장에서 사슴 뿔(녹용)을 얻기 위해 키우는 엘크들은 무스가 아니라 북미나 러시아에서 가지고 온 와피티들입니다.즉 유럽(스칸디나비아 국가)과 미국에서 엘크라고 부르는 사슴은 전혀 별개의 종입니다. 참고로 무스는 최대 800kg까지 자라며, 와피티(한국인들이 말하는 엘크)는 500kg까지 자랍니다. 한우가 보통 500kg이 되면 도축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슴들입니다. 거듭 파도님의 깊은 마음과 헌신적인 블로그 운영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파도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