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솔본님의 명문 2008.08.25 http://blog.daum.net/libytine/17877485
'불'(火)에 대한 세계언어 그리고 기원의 문제
인간이 불을 다루게 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50만년전쯤이고 구체적인 고고학적 증거는 20만년전 으로 본다고 합니다. 인류의 어떤 종족이 불을 처음으로 다루게 되었는 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최초로 불을 다룰 줄 알았던 종족은 다른 맹수나 인근 종족과의 싸움에서 유리했을 것이고 훨씬 많은 종족개체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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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은 '불'의 사용이 처음에 특정 종족으로 부터 전세계로 퍼져 나간 것인 지 아니면 각 지역의 원시인류가 동시에 각각 자연발생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인 지 하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불'을 일컫는 세계 각국의 단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군요.
우선 영어로 불은 fire입니다. 이 fire의 고영어(Old English)는 'Fyr'입니다. '피에르' 또는 '피엘'이 었겠는데 당시 중세영어는 앵글로섹슨과 켈트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켈트어에서 모음 'y'의 음가는 'u'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Fyr'은 '풀'과 '필'의 중간정도에 해당할 것으로 재구할 수 있는 것이죠.
게르만의 독일어로 불은 'Feure' (페우얼), 프랑스어로는 Feu (페우), 그리스어로는 Pur (풀)이죠, 이러한 점에서 인도-유러피언어계에서 불의 원시어 재구시 /F/음과 /P/음이 서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불'이 켈트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네덜란드에서는 'Vuur' (부울)입니다.
아프로 -아시안어( 동아프리카어)에서도 불은 'Vuur입니다. 이 'Vuul'은 림부르기안,플레미시 지역의 방언으로도 역시 'Vuul'인 것으로 보아 어느 나라만의 특정 어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불'을 일컫는 이 부울(Vuul)계 어는 화산을 일컫는 볼케이노(Volcano)와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영어 불케이노는 원래 라틴어 불카누스 (Vulcanus)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불의 신' (God of Fire)의 이름 불칸 (Vulkan)에서 유래된 것이죠.. 이 불의 신을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아그니(Agni)'이고 우리말 아궁이의 어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재구하면 이는 Pur (불) + Cani(이빨)로 그 의미를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불칸이 몽고와 투르크의 신 부르칸(Vurkan)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고 이것이 우리 불함(不含)과도 모종의 관련이 있음은 이미 최남선이 시사한 바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火)은 또 지중해 및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Fuaco/Fuaco/ Fugo/등로 발음하는데 그 어간은 분명히 'Fu'일 것입니다. 이것이 중국어 火(Fua)와 음운상 연결되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이 '불'과 관련해서 또 다른 형태의 음가들이 있습니다.
켈트어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웨일즈 지역에서 '불'은 탄 (Tan)
아이리시어로 불은 타인(tine), 영국의 브레톤어로는 탄(tan),스코틀랜드에서는 테이네(teine)등이죠..
이것은 우리가 '불'과 관련해서 '타다' 또는 '때다'라는 말과 어떤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중국어로는 탄(炭)이 숯을 말하고 이때 숯은 영어로 charcoal이 있으나 이는 보다 학문적인 말이고 대중어로는 'Soot'(숯검뎅)입니다. ==> 사전을 찾아 보세요
또 히브리어 불은 아쉬 (Ash)입니다. 히브리어 여호-아쉬 (Joho-ash)는 신의 불 (The Fire of Lord)의 뜻인 것이죠.. 중근동에서 유라시아에 '불'을 뜻하는 아주 오랜 고대어,즉 노스트라틱어로 아사/아쉬(asa, ash) 인데 이는 투르크어에 불을 '아쉬테'(Ashite)라고 하는 말 속에 녹아 있습니다.
노스트라틱어를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는 이 아사/아쉬(asa, ash)가 후에 신(god)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말로 변화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인도네시아 같은 남방계어 (austranesian)에서 불을 아피'api'라고 하는데
이는 유라시아에 연결되지 않는 매우 독특한 음가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불을 '지피다'
'피우다'라고 하는 말과도 어떤 유추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수메르어에서 직접 불을 무엇이라 했는 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bar(태우다,굽다,불꽃) 또는 Ubulbul(불꽃 ,섬광)의 어휘형태를 보아 B의 자음에 a, u형태의 모음이 첨가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불에 대한 어휘들을 늘어 놓는 것은 우리 말 '불'이 전세계가 '불'을 말하는 단어들에 대해 거의 모든 관련어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겁니다.
다시말해 불에 대해서 우리 한국어는 '타다', '피우다' '지피다' 등 불에만 관련되는 어휘들을 통해 다른 어족이 '불'을 뜻하는 단어에 다양한 동의어 대응관계를 유추할 수 있으나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어군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예를들어 불을 뜻하는 스칸디나비어군의 탄(tan)은 남방어의 아피(api)나 네덜란드의 불 Vuul에 어떤 관련어로도 대응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예는 더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의 경우 '흐르다', '길다'와 같이 물에 관련해서 쓰는 어휘를 통해 다른 어군과 다양한 유추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마치 어떤 공통의 유전자풀에서 개체군내 다양한 유전적 돌연변이의 집합적 포함관계를 통해 그 조상을 추적하는 작업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과거 고도의 문명어휘에 적용해 보면 현재 우리 한국인이 전세계 4대문명의 주요 어휘를 모두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어휘들이 우리가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어휘를 차용해 간
명백한 증거들을 어군내 화용 또는 변용을 통해 추적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