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지은 책이《씰크 로드는 신라인의 길》이라고 한 것을 보았다.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절판이 된지도 오래되었음을 듣기도 하였다. 그런데 과연 그 길이 누구의 길일까? 씰크 로드(Silk Road)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었던 말이 아니다. 아주 근래의 일이다.《씰크 로드학》이라는 책을 지은 사람의 글을 보면,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K. von Richthofen: 1833-1905)이《China》(Berlin, 1877)를 지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1877년이면 지금부터 13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 책을 짓는데 1877년부터 1912년까지라고 했으니, 그가 죽고 난 뒤 5년만에 출간된 셈이다.[정수일,『씰크로드학』(창작과 비평사, 2001), p. 28]
그럼에도 불구하고 1877년에 지었다는 것은 그가 1866년까지 중국을 답사한 뒤라는 말에 무게를 두었을 뿐이지, 정작 그가 저술한 해와는 다르다. 그러니 이 책이 1877년에 편찬되었다면, 거짓이고, 1912년에 그의 손으로 편찬되었다면 귀신이 만든 셈이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어쨌든 그 책에 "자이덴슈트라쎄(Seidenstrasse)"라는 말에서 "Silk road"라는 말이 생겨났smsepm 우리말로 대개 "비단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단"은 "緋緞"이니, 순수 한글로는 "깁"이므로 "깁길"이라고 해야《한글맞춤법》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죽도록《한글맞춤법》의 덫에 갇히어야 하나보다. 무엇이 옳은 지도 말못하고.... 그러나 이 "깁길"이야말로 "자이덴슈트라쎄"처럼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아시스로(Oasis Road)"라고도 하는 말이 더 친근하게 들리는 것은 왜 그럴까? 이 "씰크로드"는 "동서 문명 교류 교통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범위는 동쪽의 일본렬도 경도·나라에서부터 서쪽의 이탈리아 베네찌아·메시나까지 북위 35도±12도의 범위를 한없이 오고갔다.
즉 극동-아시아의 끝에서 극서-아시아의 끝 터키의 이스탄불을 지나 동부유럽의 끝 지중해 이탈리아까지 1만4700㎞, 중국 장안에서는 1만2000㎞를 비단·자기·차·향료 등을 갖다 날랐다. 이것이 동서문물교류의 장이란다.씰크로드는 "비단의 유럽수출에서 비롯된 일방적 對-서방 수출에서 유래되었다"고[위의 책, p. 36] 하지만, 그 의미에 지금 딴지를 걸어본다. 왜냐하면 [아시아]=[조선]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력사관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이 지리적 범위의 중심은 두말할 것 없이 중앙-아시아이다.
다음의 사료를 보자.
(1) 大秦國 一名犁 , 以在海西, 亦云海西國, 地方數千里, 在四百餘城.[후한서권88 서역전76] [대진국은 리건이라고도 하는데, 해서 지역에 있으며, 해서국이라고도 한다. 땅은 사방 수천리이며, 400여 고을이 있다.]
우리는 대진국(大秦國)을 로마(Rome)라고 하지만, 바다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해서국(海西國)'이라고 한다고 했다.로마가 지중해 북쪽 해안에 있지, 바다의 서쪽[海西]라고 볼 수 없다. 이 바다[海]라는 것이 에게해(Aegean Sea)라면 몰라도. 그래도 바로 그 서쪽엔 그리스[희랍]이 있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바다"란 결코 "에게해"도, "지중해"도 아니며, 그냥 "해[太陽]"과 같은 "천자"가 있는 지역, 즉 "중국"이란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진국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지명 하나를 더 알아야 하는데, 조지국(條支國)이 있다. 이곳을 대개 "시리아(Syria)"라고 보지만, 그 지역은 사실 아라비아반도를 설명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 지명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잇다.
(2) 條支國 臨西海, 海水曲環其南及東北, 三面路絶, 唯西北隅通陸道. 土地暑濕, 出師子犀牛封牛孔雀大雀, 大雀其卵如壅.[위의 책] [조지국은 서해에 닿았는데, 바닷물이 그 남쪽과 동북쪽을 둘러져 있어 3면으로 길이 끊어져 있고, 오로지 서북쪽 모퉁이로만 육로가 나 있다. 토지는 무덥고 습기가 많으며, 사자(獅子)·무소[犀牛]·낙타[封牛]·공작(孔雀)·타조[大雀]가 있으며, 타조는 그 알이 옹기만하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서북쪽만이 육로로 트인 곳은 곧 아라비아 반도 전체가 매우 적격이다.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글은 없을 것이다. 서-아시아에는 사자(獅子)가 있고, 또 무소, 즉 코뿔소가 있고, 낙타 등등이 있다고 했다. 낙타를 타고 고구려·백제·신라를 누비며 싸웠던 력사적 사실을 여기서 새롭게 음미해보자. 느낌이 새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뒤에 적힌 글을 보면, 안식국과 대진국과의 관계이다. (3) 自安息西行三千四百里至阿蠻國. 從阿蠻西行三千六百里至斯賓國. 從斯賓國南行度河, 又西南至于羅國九百六十里, 安息西界極矣. 自此南乘海, 乃通大秦.[위의 책] [안식국에서 서쪽으로 3400리 가면 아만국에 이른다. 아만국에서 서쪽으로 3600리 가면 사빈국에 이른다. 사빈국에서 남쪽으로 강을 건너고, 또 서남으로는 우라국 960리에 이르는데, 안식국의 서쪽 경계의 끝이다. 이 남쪽에서 배를 타고 가면 대진(大秦)에 이른다.]
3400리는 1285.2㎞, 3600리는 1360.8㎞인데, 이들 나라들이 어디에 있는 것이든 이 거리를 서쪽 끝에서 동쪽으로 재어보면, 이 거리만 더하여 보면, 2646㎞는 레바논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중심지까지의 거리이다.
매우 먼 거리이므로, 안식국이 페르시아의 중심지라고 보면 그 대진국이 어디에 있어야 할까? 정말로 우리는 저 "대진국"이 로마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료를 보자.
(4) 拂凜國一名大秦, 在西海之上, 東南與波斯接, 地方萬餘里, 列城四百, 邑居連屬.[舊唐書권198 列傳148 西戎] [불름국은 일명 대진국이라고 하는데 서해에 있고, 동남쪽에는 페르시아와 붙어 있으며, 땅은 사방 1만리 남짓하고, 여러 고을이 400개인데, 고을들이 쭉 붙어있다.]
이 불름국이 대진국이라고 했으며, 위의 (1)에서 400고을과 같은 규모이니, 같은 지역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이 불름국을 "동-로마"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 끝내 처음의 "로마"라는 것과 같은 지역임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이탈리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흑해(黑海: Black Sea)가 있는 서-아시아의 지역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로마를 아시아의 서쪽에 잇는 것으로 해석되어 있는 것이 그 이전의 시기나 그 뒤로도 같은 지역의 이름이지, 이탈리아라는 로마와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大秦"은 "로마"가 아닌 것이며, 동-지중해를 낀 극서-아시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름"이란 글자는 한자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fulin]으로 소리나는 이 지역은 옛날의 "Phrygia"[프리기아] 지역인 것으로 보아, 이곳은 북부여와 해부루가 가섭원(Caspian)으로 옮겼던 곳과 연계해보면, "夫餘/扶餘"[부여]의 땅이 된다. 그러면 "부여"는 "프리기아"지역이고, 곧 "불름"이라는 "대진"지역인 것이다. 불름(佛倫 : Frum)
이 "대진(大秦)"과 같은 소리의 나라가 "大震"인데, 이것이 대조영이 나라를 세운 "발해(渤海)"의 다른 이름이다. 이 발해가 전에 언급한 바가 잇듯이 곧 "Black Sea"[黑海]인 것이다. 이 발해라는 나라는 "키타이[契丹]"이니, "말갈(靺鞨)"과 인접해 있고, 고구려의 후예라고 하는데, 사실 그들 키타이니, 말갈의 같은 부류이기도 하다.그러면 씰크로드가 이탈리아까지의 이동이 아니라, 장안[長安: 西安]에서부터 아시아의 서쪽 끝까지이며, 이것은 곧 유럽과의 동서문명의 교통로가 아니라, 아시아 조선 사람들의 길이었다. 물론 한반도와 일본 렬도와의 교류가 있었다는 것에는 유물·유적의 유무와 더불어 사료에 의하여 좀더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어쨌든 씰크로드는 중앙-아시아, 즉 중원에서 동쪽으로 극동-아시아까지, 서쪽으로 극서-아시아까지의 북위 35도±12도를 중심으로 조선 제후국들의 상인들과 사신들이 많이도 오갔던 문화교통로였고, 대진=大秦=大震=渤海(발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좀더 덧붙이자면, 발해라는 이름은 대조영이 건국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