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또 종족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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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주로 마두라족. 창과 칼 방패 등으로 무장한 수천명의 다약족들이 마두라족의 정착촌을 습격,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고 마을 전체에 방화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부칼리만탄 주도인 팔랑카라야 일부가 일요일(25일)밤 불길에 쌓였으나 월요일(26일) 아침에는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유혈사태로 삼팟지역에 거주하는 마두라족 3만여명중 2만명 이상이 해군 선박 등을 타고 피신하는 등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중인 압두라만 와히드(Abdurrahman Wahid)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수부대 파견 지시로 26일부터 공수부대 등이 현지에 투입되면서 사태는 당분간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다약족들은 자신들이 살해한 마두라족 이주민들의 머리를 잘라 창에 꿰거나 허리춤에 차고 시내를 행진하고 있으며 흥분한 일부 폭도는 『우린 마두라족의 심장을 날로 먹었으며 그것이 육체와 정신을 강하게 해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인도네시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다약족은 가해자, 마두라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사태를 파악하면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보르네오섬의 원주민은 다약족이었는데 수하르토 독재정권 이후 인근 회교도 마두라족들을 대량 이곳으로 이주시키는 바람에 다약족의 삶의 터전과 경제적 지위가 위협받아 왔으며 그로 인한 갈등·원한이 수하르토 몰락 이후 본격적으로 분출돼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칼리만탄과 인접한 말레이시아의 사라와크와 사바주에선 마두라족 유민들로 비상이 걸렸다. 마하티르(Mahathir) 말레이시아 총리는 『사태를 주시하며 우리 안보를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지난 두달간 말레이시아 해경은 바다를 통해 밀입국하려는 인도네시아인 1500여명을 체포했으나 실제 밀입국수는 수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약-마두라족 분쟁사
다약족은 보르네오섬에 사는 원주민을 통칭한다. 보르네오섬은 현재 남부는 인도네시아, 북부는 말레이시아, 북부 일부는 브루나이왕국으로 삼분돼 있다. 다약족은 이슬람교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정글에서 수렵, 농업 등을 하며 살아왔다. 1930년대 인근 마두라섬에 사는 가난한 마두라족이 풍요로운 보르네오섬으로 이주하면서부터 분쟁이 시작됐다.
단결력이 강한 회교도들인 마두라족은 순박한 다약족들의 터전을 차례로 잠식해나가기 시작했으며 특히 1970년대 수하르토정권이 대량이주정책을 더욱 권장하면서 사태는 악화돼나갔다. 마두라 및 자바족들은 차츰 지배자적 모습으로 군림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다약족은 반감을 갖게 된 것. 결국 수하르토정권이 몰락하기 직전인 1997년부터 양측간 갈등은 유혈충돌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량살육으로 발전해나간 것이다.
( 홍콩=함영준특파원 yjhahm@chosun.com )